어릴 때부터 일을 시작해서 일복이 많다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실제로 그때부터 지금까지 일이 참 많았습니다. 일을 많이 하다 보니 번아웃 비슷한 것이 이따금 찾아왔고, 그때마다 극복 방법을 찾아봤습니다. 이것저것 해 보다 보니 나름의 순서도 생겼습니다.
오늘은 그 방법 세 가지를 적어 봅니다. 실제로 도움을 받았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노하우라는 점은 감안하고 봐 주세요. 먼저 세 가지부터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 걷고 읽기
- 휴식과 숙면
- 자연 속으로 들어가기
1. 걷고 읽기
걷기와 읽기는 어느 정신과 의사 선생님의 유튜브 영상을 보고 해 본 방법입니다. 그때는 강아지가 없어서 산책이라는 걸 해 본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시간을 따로 내서 걸었는데, 생각보다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걷는 행동 자체가 생각을 비워 주고, 어느 정도 몸도 움직이게 해 줍니다. 평소 지나치던 주변 풍경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도 되고,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한동안 산책을 못 했다면 가까운 공원이나 동네부터 한번 걸어 보시길 권합니다.
지금은 강아지 덕분에 반강제로 산책을 자주 하고, 독서도 평소에 자주 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요즘 제 상태에 맞는 해결책은 아닙니다. 그래도 걷기와 읽기가 멘탈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번아웃 극복법을 찾아보면 꼭 들어가는 게 운동인데, 저는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어서 이번 목록에서는 뺐습니다. 운동도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복잡한 머리가 조금 정리되고, 현실에서 살짝 도피하는 느낌도 있습니다. 다만 몸과 마음이 지쳐 있을 때는 너무 힘든 운동보다 적당한 강도가 좋았습니다. 세게 운동해서 도파민이 뿜뿜 나오면 그 순간은 좋지만, 끝난 뒤에 오는 후폭풍이 꽤 버거웠습니다.
2. 휴식과 숙면
최근 들어 가장 도움을 받은 방법입니다.
한동안 목표를 향해 빡빡하게 달렸습니다. 일도 많이 했고 프로젝트도 몇 가지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주말에는 친구들과 노는 대신 교육을 다니고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피곤하면 생긴다는 것들이 눈코입에 다 생겼고, 운동까지 같이 하니 더 피곤해졌던 것 같습니다.
일요일만 되면 아무것도 못 하고 잠만 잤습니다. 처음에는 일요일 하루만 자도 괜찮았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걸로 부족해졌습니다. 그래서 한번은 연휴에 토요일 오후부터 월요일까지 누워만 있었습니다. 배고프면 먹고, 잠을 자려고 노력하면서요. 그렇게 2박 3일을 보내니 눈코입 트러블이 좀 가라앉았고 머리도 조금 맑아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몸도 많이 힘들었는데 휴식이 너무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저는 스트레스를 아주 많이 받으면 안으로 꼭꼭 숨는 편입니다. 친구들에게는 말도 안 했는데 어떻게 아는지 연락이 올 때가 있습니다. 친구들은 목적 없이 전화하는 사람들이 아닌데, 그럴 때 신기합니다.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스트레스를 푸는 데 정말 좋습니다.
그래도 숨어 있을 때 제가 주로 고르는 방법은 생각을 최대한 안 하고 가능한 한 많이 자는 것입니다. 하루 종일 자고 나면 하루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잠과 휴식이 필요한 때는 하루 종일 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틀을 입원한 것처럼 잤는데도 너무 잘한 일 같았습니다.
더 이상 못 잘 때까지 자고 나면 머리가 맑아집니다. 머릿속을 포맷한 느낌이랄까요. 자잘한 것들은 잊히고 중요한 것만 머리에 남습니다.
잠드는 게 어려운 날도 있습니다. 저는 잠이 많은 편인데 원할 때 바로 자는 건 잘 못합니다. 그래서 쉬는 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이 오면 그냥 자는 쪽을 택했습니다. 2~3시간 자다가 깨서 강아지와 놀아 주고, 또 자는 걸 반복했습니다.
몸이 휴식을 원할 때 보내는 신호가 있습니다. 저처럼 눈코입에 트러블이 생기거나 무기력해지는 게 대표적입니다. 그럴 때는 하루나 며칠을 날 잡아서 완전히 쉬어 보세요.
3. 자연 속으로 들어가기
"정말 절경이네요, 장관이네요, 신이 주신 선물이네요." 이런 말이 절로 나오는 경치를 보면 마음이 풀립니다. 좋은 공기를 마시고 훌륭한 경치 앞에서 쉬는 건 확실히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사무실처럼 한 공간에서 주로 일하는 사람에게 그렇습니다. 자연 속에 들어가서 멍하니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캠핑이나 여행을 가는 것도 바쁜 일상에 잠깐 쉼표를 찍고 싶어서일 겁니다.
저는 자연 속으로 가는 걸 최후의 방법으로 씁니다. 현생이 바쁘다 보니 여유 시간을 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쉬어도 쉰 것 같지 않거나 머리가 과부하 걸린 느낌이 들 때 시간을 내서 바다나 숲으로 갑니다.
캠핑이나 며칠짜리 여행도 좋지만, 하루 아니면 반나절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에 가만히 앉아서 커피나 차를 한 잔 마시고, 그 지역의 맛있는 음식으로 한 끼 먹고 쉬는 것입니다.
목표가 흔들리면 번아웃이 더 잘 옵니다
앞의 방법들은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라서, 번아웃을 심하게 겪는 분께는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일정이 빡빡해도 버틸 수 있는 이유가 목표가 확실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그 목표가 흔들리거나 불확실하다고 느껴질 때 번아웃이 특히 잘 왔습니다.
그럴 때는 지금까지 해 온 것을 하나씩 체크하면서 잘한 부분을 확인하고, 피드백을 거쳐 더 나아지기 위한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달성했을 때의 성취감을 위해 작은 목표부터 정합니다. 작은 목표를 하나씩 이루다 보면 최종 목표에도 닿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부업을 하면서 알게 된 것
번아웃은 휴식만으로 풀리지 않는 때가 있었습니다. 블로그 체험단을 할 때가 그랬습니다. 1일 1포스팅을 정해서 한 달을 했더니 소재가 바닥나고 번아웃이 왔습니다. 쉬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됐고,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했습니다. 다시 한다면 주제를 돈이나 재테크, IT로 좁혀서 하겠습니다.
제 경험에서 번아웃은 두 종류였습니다. 몸이 지쳐서 오는 번아웃은 잠으로 풀렸습니다. 목표가 흐려지거나 일의 방향이 불확실해서 오는 번아웃은 잠으로 풀리지 않았습니다. 후자일 때는 앞에서 말한 대로 해 온 것을 적어 보고, 작은 목표부터 다시 세웠습니다.
참고로 번아웃은 의학적 진단명이 아니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질병분류(ICD-11)는 번아웃을 직업과 관련된 현상으로 설명합니다. 그래서 잠을 자고 걸어도 몇 주째 나아지지 않거나 일상생활이 무너질 정도라면, 이런 개인적인 방법보다 병원이나 상담 같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맞습니다.
마무리
강아지에게도 많이 의지합니다. 보통의 보호자보다 더 많이 의지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얼른 목표를 이뤄서 강아지와 함께하는 시간을 더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주변에서 번아웃이 왔다, 멘탈이 털렸다, 힘들다는 말을 유독 많이 듣습니다. 저도 같은 감정을 느꼈고 나름대로 극복해 왔기 때문에 이렇게 남겨 둡니다.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운동하고, 퇴근합니다. 그래도 마음가짐이 달라지면 많은 게 바뀌지 않을까 합니다. 조금 더 긍정적인 마음으로 또 하루를 보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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